EBS 달라졌어요 7월 18일 [노후가 중요한 남편과 자식이 중요한 아내편]
40년 이상의 결혼생활동안 남편을 위해, 자식을 위해, 시댁을 위해 폭력과 경제적인 권리도 없이
살다 온 몸이 성치 않은 상태의 아내는 그저 화가 납니다. 자녀들은 엄마가 혼자 남아
부양하게 될까봐 전전긍긍하며 부부문제가 해결되길 바랍니다. 아버지가 빠진 가족회의에서
그나마 토의를 하니 다행이지만 자신의 삶이 위협받을까봐 불편합니다.
남편은 돈을 벌어다 주었고 성실하게 살았다 하며
자신의 삶이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남자의 삶임을 표방합니다.
심리치료는 이러한 가부장적인 남편에게 당신이 한 인간이고 아내도 그러하며 고통받고 있음을
공감하는 것부터 출발합니다.
미술치료는 이 여성의 고통을 위로하고 자기가 존중받았던 인간적인 시절을 회고하며
스스로 강한 사람이었음에 이르게 합니다. 누군가 아내의 돈계산에 대해 ‘무서운 여자’라는 표현을 썼더군요. 사랑하면 경제적으로 희생하고 보상을 바라지 않고 가는 것이 그럴듯한 설득력을
지닌 것 같지만, 제생각은 다릅니다. 경제적인 보상과 계산이 왜 낭만적인 사랑과 희생으로
비교되어 응당 받아야 할 자신의 가치마저 축소해야 하는지요.
그도 나쁜 남자가 아니듯, 그녀도 무서운 여자가 아닙니다.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가가 중요합니다.
“마음과 재물”은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재물은 마음의 흐름을 가장 정직하게 반영하는 물질이지요. 아내가 받고 싶은 보상은 응당 인간적인 대우의 가치를 지닙니다. 당연히 희생해야 하고 그래야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혹여, 여러분 중에 아내여서, 여자여서, 애들엄마여서 그래야 하며, 남편이니까, 남자니까,
아버지라서 그래야 한다는 당위성의 내용에 어느 한 쪽과 자신을 부단히 희생시켜 왔다면
그건 정말 사랑인지, 어디로부터 내려온 관습인지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오래된 관습이 내삶에 '이자'일까요? 누군가에게 갚아야 하는 '빚'일까요?